현대모비스, 폭스바겐에 수조원대 ‘배터리시스템’ 공급

현대모비스의 전기차 배터리시스템(BSA) 이미지.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유럽 시장 전기차 1위 업체인 폭스바겐에 ‘배터리시스템(BSA)’를 대량 공급키로 했다. 배터리를 관리·제어하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수주 규모만 수조원대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탑재될 배터리시스템의 수주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차가 아닌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자사의 배터리시스템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차에는 배터리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 셀(Cell) 수십여개가 들어간다. 이를 여러 개의 모듈로 묶고 여기에 전류·전압·온도를 관리하는 배터리 관리시스템(BMS)과 냉각장치·전원차단장치 등을 추가해 팩 형태의 완제품으로 만든 게 배터리시스템이다. 배터리 효율·안전 등을 담당하는 핵심 장치다.

현대모비스는 정확한 수주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수조원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현대모비스는 연내 이사회 승인을 받아 폭스바겐의 스페인 공장 인근에 신규 생산 거점을 마련해 배터리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 전기차에 현대모비스의 배터리시스템이 들어가는 시점은 대략 3~4년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현대모비스가 해외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배터리시스템 수주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텔란티스,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배터리시스템 제조를 아웃소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에 배터리시스템을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검증받았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2013년 충주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10년 이상 전동화 핵심 부품을 양산해왔다.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는 2021년부터 총 20만 대가 판매됐지만 아직까지 배터리 화재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국내와 중국, 체코 등지에서 배터리시스템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다.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신규 생산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스페인 생산라인까지 가동되면 배터리시스템 생산 거점은 6곳으로 확대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세계 주요 권역에서 글로벌 전동화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